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길섭 형을 처음 만났을 때

차명훈 목사

2020-12-28

성경묵상의 나눔: 벧후2:1-11절

나를 전도했던 길섭 형을 처음 만났을 때는 70년도 중반 내가 16살이었을 때였다. 그 당시 나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하고 대학교 안에서 임시직원으로 일하고 있을 때였고, 그 형은 법학과 학생으로 입학하였다.

그 형을 처음 볼 때의 첫 인상은 별로였다. 허름한 점퍼에 통바지, 도수높은 안경, 느린듯한 말투에 지나친 순수함(나중에 또스토예프스키의 '백치'라는 소설을 읽을 때 주인공에게서 이 형 생각이 났다)...당시 대학생들이 부러웠지만 그 형같은 모습은 아니었다.

그런 형이 내게 다가와 주었고 관심을 가져주고, 나의 고민을 들어주고, 열등감을 어루만져 주었다. 그리고 함께 만나면서 굳이 드러내지 않았던 그 형의 새로운 모습들을 보게 되었다.

영어, 불어공부에 열정적인 모습, 탁구를 칠 때 공격적이지는 않아도 점잖케 쳐도 최선을 다해 치는 모습, 바이올린을 잘 연주하는 것, 문학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(몇 해전, 그 분이 한국에서 100개의 시 암송협회 사무총장인 것을 알게 되었다.) 그 외에도 그 형이 교회에 다닌다는 것등...결국 그 형의 도움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, 그 계기가 예수를 만나고, 검정고시, 대학을 가게 되는 도전으로 이어졌다.

오늘 말씀속의 방탕과 탐욕의 세상 속에서 의롭게 살고자 애쓰고, 타락된 세상을 보며 가슴아파했던 노아, 롯(5-8절)의 경우를 묵상하면서 갑자기 그 길섭형이 내 마음에 떠올랐다.

수수하게, 단순한 삶을 사는 모습으로 위선과 혼돈 속에 사는 인생들에게 다가와 가장 아름답고, 깊고, 크신 예수님을 내 삶으로 소개하는 것이 신자의 저력, 모습이라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.

지금도 세상은 눈에 보이는대로 평가하고 평가받고 사는 세상이다. 그러나 좀 느려도, 좀 모자란 것 같아도, 세상수준에 안 어울려도, 예수 한분만은 꼭 붙드는 내공이 강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.
이 연말 연시에 예수을 향한 감사와 그 길섭 형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나의 삶도 단순함으로 차분하게 걸어가고자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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